EAR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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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끝도 시작도 없이 회전하는 원의 각 점을 이루고 있다. 원은 곧 이 세상이다. 생명은 다른 생명에 기대어 산다. 하지만 현대 문명은 그 사실을 잊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 세상에는 몸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 땅을 이루는 생명들이 없으면 인간도 없기에, 늦게나마 우리는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기억해 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자연을 보여 드리려 한다. 인간과 분리된 '환경'이라는 이름의 무언가가 아닌, 생명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는 살아있는 무언가다.
하나하나 찢어 붙인 한지 조각들은 땅속의 뿌리가 되기도 하고, 흙이 되기도 한다. 미생물, 균, 식물, 곤충 등의 작은 생명들이기도 하다. 또, 물을 이루는 작은 입자들이 된다. 조각들은 겹쳐지고 겹쳐져 덩어리가 되기도 하고 영역을 이룬다. 한지에 물든 색은 투명하고 차분한 빛을 발한다. 또, 성질이 무겁지 않기에 여러 번 층을 올려도 바라보기에 편안하다.
나의 목적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속 이미 존재하는 사랑이 싹 틔우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림을 감상한 후, 시간이 흘러 내 그림이 떠오른다면, 새로 나온 싹을 아기 다루듯 쓰다듬어보고, 물의 진동을 오래 바라보고, 나무를 안고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껴보길 바란다. 행위가 반복될수록, 벽이 무너질 것이며 그들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