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제

권신제는 회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사운드스케이프와 송라이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가다.

권신제의 회화 작품은 주로 나무와 한지 같은 자연적인 재료들로 구성된다. 나무 패널에 한지를 풀로 붙이고, 물감으로 물들인 후 여러 겹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투박하면서도 인간적인 질감을 의도한다. 조각을 덧붙이는 행위는, 인간의 경계를 넘어 동물, 식물, 땅, 물 등 다양한 존재들과의 연결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작가가 자연과 접촉하며 스스로를 자연의 순환 사이클 안에 놓인 유기적 생명체로 인식하게 된 데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비인간 존재들 역시 본질적으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각이 그 바탕을 이룬다.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걷던 어느 밤이었다. 길 위에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지만, 수많은 풀벌레들이 동시에 울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나와 그들은 본질적으로 같았다. – 작가노트 (2023)

이러한 인식은 소리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통기타로 작곡한 곡들을 담은 첫 앨범 '영화(2014)'를 발표한 이후, 현재는 다양한 출처의 소리를 활용해 음악을 만든다. 얼음조각이 부딪히는 소리, 풀벌레 소리, 가상 악기 등이 어우러진 'EARTH-ING(2024)' 등의 곡이 그 예다.

소리에 대한 최초의 관심은 어린 시절 내 몸에서 나는 소리와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공기가 코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갈 때의 소리, 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반복적인 진동, 혈액이 혈관을 따라 흐를 때의 미세한 울림, 치아가 입 속을 스치며 내는 소리. 살아있는 몸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을 들으며, 여러 가지 리듬을 상상하고 손끝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놀았다. – 작가노트 (어린 시절에 대해)

권신제